Chapter 4.
마케터 숭 : 내 의지로 행동하고, 꼭 기록하라
그렇다면 핵개인의 시대에, 나라는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래전부터 핵개인으로 살아온 이승희 마케터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줬어.
이승희 마케터. 배달의민족과 네이버 마케터로 경력을 쌓았어. 유튜버, 작가, 프리워커… 수식어도 많아. ‘마케터 숭’ 이나 ‘질문하는 사람’은 본인이 직접 지은 수식어이야.
“저는 최대한 많은 직업과 수식어로 소개되고 싶어요.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으니까요.”
_이승희 마케터
그는 2019년에 배달의 민족을 그만뒀어. 동료들도 좋고, 회사도 잘나가고 있었대. 모두가 말렸겠지? 하지만 자기 의지를 따랐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회사 이름을 떼고 나니, 마치 정체성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대.
“지인들이 저를 ‘전 배달의 민족 마케터’라고 소개하더라고요. ‘회사 이름을 지우고 나면 나를 소개할 말이 없구나’, 그때 깨달았어요. 나라는 사람의 여러 면을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_이승희 마케터
그래서 ‘두나띵클럽Do Nothing Club’을 시작했어. 동료 마케터와 만든 2인조 클럽이, 어엿한 브랜드가 됐어.
“제가 너무 불안해하니까 친구가 소속을 만들어 준 거였어요. 회사 이름이 적혀 있던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두나띵클럽 클럽장’이라고 바꿨어요. 직장인 이승희에서, 나 이승희 자체로 발돋움한 계기가 된 순간이었어요.”
_이승희 마케터
두나띵클럽이란 이름으로 디자인브랜드 모베러웍스와 티셔츠를 출시하기도 했어. 네이버 블로그와도 프로젝트를 함께했어. 꾸준히 운영해 온 블로그 계정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을 인터뷰한 글을 올렸지.
“백수가 된 후에,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도 나만의 일을 찾아나갔어요. 그게 정말 재밌단 것도 알게 됐죠.”
_이승희 마케터
이승희 마케터는 회사 직원이 아닌 개인 이승희로서 일하고 성장하는 법을 찾아왔다. ⓒ롱블랙
핵개인으로 살아가는 법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온 이승희 마케터. 그만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어.
“‘보는 것만 고수가 되지 말자’. 제가 제일 좋아하고 찔리는 문장이에요. 감각만 일류가 되는 게 아니라, 움직여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동해야만 해요.
기록을 남기면서 많이 느꼈어요.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멋진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아도, 막상 글 쓰고, 기획하라고 하면 엉망인 결과물이 나오는 거예요. 보는 것에만 고수가 되지 말고, 초보자가 될지언정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해요.”
_이승희 마케터
질문의 중요성도 강조했어. 내가 무얼 원하는지 몰라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거든.
“사람들은 남들에겐 관심이 많은데 정작 나에겐 관심이 부족하죠. 나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질문해 보세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재밌어하는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_이승희 마케터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록하고 행동한 이승희 마케터는 '숭'이라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롱블랙
QnA.
핵개인의 시대,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첫 세션의 강연이 끝나고, 롱블랙 피플과의 대화가 이어졌어. 5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질문이 끊이질 않더라. 기억에 남은 질문들을 꼽아봤어.
롱블랙 피플이 물었어. “내가 핵개인으로서 내린 결정이,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면 어쩌냐”고. 주변의 기대와 걱정이, 핵개인이 되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고민이었지.
“저는 뭘 할 때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아요.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말을 더 많이 얹거든요.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서, 그 무게감도 커요. 그래서 이제 저는 그냥 통보해요. 말 하지 않고, 몰래 하는 것도 방법이니 추천해요.”
_이승희 마케터
신혜정 총괄에게는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이, 왜 제3의 공간이 아닌 집으로 변할 것이라 보는지”를 궁금해했어.
“예전에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죠. 이제는 기술 발전과 핵개인화로,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고령화의 영향도 있겠고요. 나에게 집중하는 시대가 오면서, 가장 친숙한 공간인 집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어요.”
_신혜정 이케아코리아 C&CI 총괄
헬리녹스가 캠핑용품 말고, 다른 카테고리로 사업을 확장할지 궁금해하는 롱블랙 피플도 있었어. 캠핑 시장이 워낙 좁다 보니, 경쟁사들이 의류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거든.
“저희가 가진 원칙 중 하나는, ‘가능하면 잘 만들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거예요. 우리가 완전히 장악한 것이 아니면, 우리 스타일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아예 새로운 아이템은 우리가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시작할 것 같습니다.”
_라영환 헬리녹스 대표
마지막으로 송길영 작가는, “50대는 핵개인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물은 롱블랙 피플에게 이렇게 답했어.
“핵개인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입니다. 세대로 인식하고 타자화하는 순간, 나는 옛날 사람이 되는 거예요. 지금 50대, 60대도, 핵개인의 시대를 50년은 더 살아야 해요. ‘세상이 변할 때 타의에 의해 변할 것인가, 내가 먼저 읽고 변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_송길영 작가
핵개인 세션의 디스커션 시간. 핵개인의 시대를 바라보는 롱블랙 피플과 연사들의 의견이 오갔다. ⓒ롱블랙
1. 분류되는 순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브랜드도, 개인도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2. 모든 고객의 일상 속엔 우리 브랜드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이 ‘컨슈머 모먼트’를 파고들어야 한다.
3. 핵개인의 시대에 집은 나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개인 맞춤 공간은 더 세분화 될 것이다.
4. 회사 이름을 지우고도 나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도 나만의 일을 나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
핵개인 세션에서 얻은 ‘나만의 관점’은 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출처 , 롱블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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