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회 최정윤 : 한식을 주인공으로, 세상에 없던 힙한 풍경을 만들다 (2편)

 

Chapter 6.
나만의 기초연구로, 인생을 더 맛있게

본업부터 부캐릭터까지. 기획자 최정윤의 인생에는 한 가지 키워드, 요리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최정윤 셰프는 아버지와 산을 탔어요.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한 달에 두 번씩 등산했죠. 하산 후에는 자연스럽게 산기슭의 맛집들로 향했습니다. 여행과 미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릴때부터 한식당을 섭렵한 셈이에요.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당시 부모님들은 자식이 방에 연예인 브로마이드 붙여두는 걸 싫어하셨는데, 저희 아버지는 ‘붙여도 예쁘게 붙이라’며 위치를 봐주시던 분이었죠. 맛있는 것, 아름다운 것에서 느끼는 행복을 아버지께 배웠어요.”

일찍이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최정윤은 셰프가 됩니다. 하지만 유명 호텔의 새내기 셰프가 된 그는 답답하기만 했어요.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만들었음에도, 왜 자신의 요리만 실패했는지 이유를 몰랐죠. 선배들에게 물으면 “내 손맛이야. 시키는 대로 빨리빨리해”라는 말만 돌아왔어요.

‘나는 손맛이 없나’, ‘그만둬야 하나’ 7년을 고민하던 최정윤은, 호주로 옮겨 요리했어요. 31살 되던 해, 오랜 고민에 실마리를 하나 찾았습니다. 창의적인 요리의 대가,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 셰프가 설립한 요리과학연구소인 알리시아Alicia를 알게 됐어요.

알리시아 연구소에 입사한 그가 처음 한 일은 튀김. 세 달 내내 튀김만 튀겼대요. ‘나를 무시하나’ 싶었던 것도 잠시. 어느새 튀김이란 요리에 새롭게 눈 떠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저는 제가 튀김을 잘하는 줄 알았어요. ‘기름 몇 그램, 밀가루 몇 그램으로 튀긴다.’ 쉽잖아요? 알리시아에서 그 튀김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됐어요. 스페인 밀가루, 한국 밀가루는 어떻게 다른가, 튀김에서 기름의 역할은 무엇인가, 튀김이란 요리의 원리는 무엇인가를 연구했죠. ‘아, 요리란 본질과 원리가 중요하구나.’ 기본을 알아야 창조할 수 있음을 깨달았죠. 그 때부터 더는 레시피 책을 사지 않습니다.”

그렇게 연구가 최정윤이라는 인생의 새 챕터가 열렸어요. 한국의 알리시아를 찾던 그는 샘표의 우리맛연구소에서 100명 가까운 과학자들과 한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식을 재료와 조리법으로 해체해, 조리과학적인 관점으로 연구해요.

예를 들어 셰프 스무 명이 모여 냉이를 연구했어요. 냉이 요리를 떠올려보자, 5개 이상 넘어가지 않았죠. 냉이를 캐러 전국 산지를 훑고, 1000년 전 조상들은 냉이를 어떻게 먹었는지 고서를 뒤지고, 과학자들과 냉이의 영양 성분을 분석했어요. 그랬더니 80여개의 냉이 요리 레시피가 만들어지더랍니다. 냉이간장장아찌, 구운냉이채소샐러드 등 다양해요.

“냉이를 볶으면 묘하게 건어물 맛이 나요. 상상이 되시나요? 냉이의 성분을 분석하면 그런데 그런 맛이 나는 근거가 있어요. ‘극장에서 냉이 버터 구이를 팔아볼까?’ ‘냉이를 볶아서 육수를 내볼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터졌어요.”

끝으로 요리에 기초 연구가 중요하듯, 인생에도 기초 연구가 중요하다고 최정윤 셰프는 말했어요.

“자율주행차나 AI 개발, 노벨상 수상만 봐도, 기초 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잖아요. 음식도 마찬가지이고,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그 핵심 경쟁력을 연구해야 요리도, 인생도 더 맛있어 질 수 있어요.”


기획자 최정윤의 키워드는 '요리'다. 어렸을 때부터 미식을 사랑한 최정윤 셰프는, 기초연구가 뒷받침될 때 인생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K

최정윤 셰프와 난로회는 한식 문화를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 실마리를 찾고 있어요.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획도, 새로운 생각도 샘솟죠.

최정윤 셰프와 난로회의 메시지, 요약해 보겠습니다.

1. 난로회는 재미있고 새로운 한식을 함께 찾아나가는 연구 모임이에요. 풍류를 즐기며 시대를 논의하던 선조들의 모임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죠.
2. 난로회는 '고기 구이'를 한식을 책임질 아이템으로 선정했어요. 고기를 굽는 과정 자체가 경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갓 모양의 전립투골은 난로회 연구의 시그니쳐가 됐죠.
3. 난로회는 점차 아젠다를 던져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개최를 제안하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용 정책을 제안했죠.
4. 최정윤 셰프는 젊은 세대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해 JYTOUR 계정도 운영 중이에요. 요리란 행복을 책임지는 가장 일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5. 최정윤 셰프는 기초가 튼튼해야 음식도, 인생도 맛있어질 수 있다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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