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스치는 모든 이야기를 담는 귀찮, 김윤수 작가

입춘이 지난 2월의 어느 날, 미디컴파트너스의 네번째 같이의 가치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비대면 인터뷰로 진행되었는데요,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일상을 담는 인스타툰을 그리는 귀찮작가님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클래스101, 카카오이모티콘, 도서출간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신 귀찮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lazy.drawing)
 

Q. 만나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먼저 잘 모르는 미디컴파트너스 독자님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스치는 모든 이야기들을 담는 귀찮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Q. 작가님의 계정에서 시골에서의 고즈넉한 풍경이나 일상들을 보여주신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생활을 접고 문경에서의 삶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이야기들을 알려주세요.


네이버 포스트로도 소회를 남긴 한달에 80으로 살수 있는 문경라이프

 

A. 먼저, 퇴사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생활비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어요. 별거 안 해도 서울에 살기 위해서 드는 기본적인 비용이 있잖아요. 월세나 공과금, 교통비, 식비처럼. 숨만 쉬어도 백수로서는 버거운 큰 돈이 매달 필요하더라고요. 거기에, 학교생활까지 합치면 서울에서 10년정도 살았는데, 제가 생각보다 집순이라 맛집 줄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더라고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매일 선릉역에서 2호선을 타고 다시 신림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곤 했는데 문득 슬퍼졌어요. 문 열면 먹고 마시고 보고 즐길 게 너무 많은 서울인데 저는 그걸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매일 무표정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초라한 원룸으로 돌아가는 삶이 서글프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려가서 사는게 더 낫겠다 생각이 들었고, 마침 부모님 댁 근처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문경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시골에서 살면서 불편한점도 많겠지만, 시골라이프를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내 인생이 아무리 망해도 여기 누워 잘 곳이 있다는 거요. 시골에선 최소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여긴 온통 산과 밭으로 둘러 쌓여 카페도 없고 식당도, 편의점도 없어서 매번 장을 봐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거든요. 나갈 일이 없으니 비용이 압도적으로 줄죠.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러다 망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엄청 자주 하게 되는데 시골에 내려와서 몇 년 살고 난 후 곰곰이 따져 보니 한달에 80만원, 1년에 1,000만원 정도면 먹고 싶은 거 요리해 먹고, 겨울엔 난방도 하고, 강아지 사료도 사면서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고, 그게 좋았어요. “아 아무리 망해도 80만원만 벌면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어하는 안정감! ,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게 되는 것도 좋아요. 사람 만날 일이 많으면 다른 사람과 나의 신세를 비교 하게 되잖아요. 근데 시골에 내려온 후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다 보니 사람을 만날 일이 잘 없어요. 그래서 외롭지만 덕분에 오롯이 제 자신, 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아요.


Q. 작가님의 경우 활동하시고 계시는 플랫폼이 많은 것 같아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플랫폼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네이버 포스트로 시작을 했어요. 3년 정도 열심히 하니까 3만명의 팔로우가 생겼는데, 어쩌면 순전한 내 노력이기보다 그저 운이 좋아서 잘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플랫폼을 더 찾게 된 것 같아요. 첫번째는 운이었지만 그걸 두 번 세 번 반복할 수 있으면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생각으로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게 된 것 같아요. 문제는 그렇게 여기 저기 도전하다 보니 요즘엔 너무 문어발이 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플랫폼보다는 있는 거에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지내고 있습니다.

Q. 회사원 생활, 그것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그때의 회사생활이 지금의 귀찮 작가님을 만드는 영양분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그러한가요?

, 100%. 회사에서 엄청난 영양분을 얻었죠. 너무 많지만 대표적인 거 하나만 설명하자면 팔로워가 많다고 돈이 무조건 따라오는 건 아니라는 것. 수 십만 팔로워가 있어도 돈 못 버는 채널이 있는가 하면 천명만 있어도 많은 돈을 버는 채널이 있다는 걸 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배웠어요. 첫 회사가 수익창출 보다는 구독자 수에 집착하는 회사였는데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가 몇 십만이 됐는데도 돈이 따라오진 않더라고요. 그 회사에서 4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하면서 콘텐츠를 하루에 대여섯 개씩 만들고 팔로워도 엄청 늘렸는데 결국 회사 재정 악화로 그만두게 되었어요. 수익 창출을 못해서 직원 급여를 줄이게 됐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아예 없어진 회사가 되었죠. 저에겐 그게 엄청 충격이었어요. ‘아 아무리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도 결국 수익을 창출할 수 없으면 유지 될 수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반대로 마지막 회사에선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콘텐츠 만드는 재미가 없었어요. 콘텐츠로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거죠. 이런 경험들 덕분에 수익화와 재미 그 중간 지점을 잘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 다니면서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귀찮이란 캐릭터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Q. 쿠키런 킹덤xBTS 브랜드 인스타툰을 우리 미디컴파트너스에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미 만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주셨지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정말로 눈치를 못채셨는지요?

A. 처음 콜라보 문의 메일이 왔을 때가 추석연휴 하루 전이었는데요, 쉬는 날이 코 앞이니 추석 연휴 끝나고 회신 드려야지 하고 따로 연락을 안 드렸는데, 연휴가 끝날 때쯤 다시 DM과 메일로 또 협업으로 문의를 주셔서 저와 강하게 협업을 원하시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정말 모든 게 대외비였기 때문에, 어려운 소재를 맡게 될 경우엔 난감해질 것 같아 덥석 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IT회사 관련한 홍보 만화라고 알려주시긴 했는데 IT회사라 해도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고요. 너무 고민하고 있으니까 담당자님께서 작가님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말을 해주셔서 일단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몇 주 뒤 쿠키런 킹덤과 BTS의 콜라보 홍보인걸 알게 되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너무 놀라고 신나서 이 일화를 콘텐츠로 만들 정도로 정말 진심으로 행복했답니다. 물론 행복한 것과 별개로 혹시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일로써 하면 싫어지진 않을까 하는 염려가 눈곱만큼 있었는데 완전 오산이었고요. ‘덕질하면서 돈 버는 기분이란 이런 거구나를 몸소 느끼며 밤새도록 방탄의 노래에 맞추어 쿠키런을 즐겼답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쿠키런 개발사인 데브시스터즈 마케팅 담당자님께서도 광고 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당시 엄마가 네 나이가 몇인데 일 안하고 밤새도록 게임을 하냐!” 라고 할 때 아니 나 일하는 건데!” 라고 당당히 외쳤던 짜릿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 다시 떠올려봐도 행복 그 잡채였네요. 당시 제게 연락 주셨던 미디컴 담당자님과 미디컴에게 감사드립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만의 광고 의뢰가 들어오면 광고를 수락하는 기준들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 광고를 수락하는 기준은 우선 저의 재정상태가 가장 크고요 (웃음) 다른 기준으로는 제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지에 달린 것 같아요. 광고라고 해도 결국 제 캐릭터에 녹여서 표현해야 하니까 귀찮과 어울리지 않는 광고를 하면 자연스럽지 않고 티가 나게 되고, 작업물이 좋지 않으면, 광고주, 독자, 제 자신도 모두 실망하게 되니까요. 반대로 제가 진짜 너무 좋아서 하는 광고, 쿠키런 킹덤Xbts 콜라보 광고처럼, 일단 제가 신나면 만화도 신나더라고요. 그걸 보는 독자도 재밌어 하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광고주도 행복하고 저도 행복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아무튼 이렇게 쿠키런 킹덤 방탄 콜라보 홍보 만화처럼 광고를 보고 독자도 행복하고 광고주도 행복하고 저도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진심을 담아야 하고요! 그래서 결론은 제 라이프 스타일과 닮은 광고 제안, 또는 귀찮이란 캐릭터에 잘 녹일 수 있는 광고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Q. 고객사에서의 수정 요청이 있는 케이스도 있을 것 같은데, 보통 어떤 부분으로 수정요청이 들어오게 되는지 궁금해요.

A. 과거에는 진짜 잘 모르는 캐릭터이고 또 경력도, 증명된 것도 없다 보니 종종 다 완성된 만화를 다시 그리는 수정 요청을 받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귀찮이 그때에 비해선 나름 인지도가 있고 또 협업도 많이 해왔다 보니 감사하게도 믿고 맡겨 주시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요즘은 고객사에서 주시는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기획한 콘티를 드리면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나 오타 수정 외에는 거의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래서 어깨가 무거워요. 믿어 주셨으니까,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만화로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더 몰입하고 몰두해서 하는 것 같아요. 믿어 주시는 마음이 제게 너무 귀해서 더 노력해서 만들더라고요. (불끈)

Q. 어느덧 프리랜서, 인플루언서가 되신지 시간이 꽤 지나신 것 같은데 프리랜서로 살아남은 노하우! 같은 게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A. 노하우라기보다는 그냥 요즘 제 머리 속을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다짐 같은 걸 말하자면 그저 계속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계속 그리고 쓰는 게 마케팅이고 브랜딩 아닐까하는 생각이요. 사실 저는 2018년에 제 첫 책<이번 생이 망하지 않았음>을 출간하고 엄청 기대했던 것 같아요. 막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가면 내 책이 당당하게 세워져 있겠지? 이런 기대를 했죠. 근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어요. 제가 갔을 땐 이달의 신간 같은 매대가 아닌 에세이 코너에 제 책이 딱 한권 꼽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와서 보니 망한 게 아니더라고요. 출간 후 짧은 몇 개월로 내 책에 대한 평가는 끝난 줄 알았는데 제가 활동을 하고 있으니 5년이 지난 아직도 꾸준히 책이 팔리고 있어요. 제가 그리고 쓰는 한 계속 읽히겠지요. 그러니까 꾸준히 계속 하면 망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하고 싶어요. 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작가님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떠올라서 찾아보니 아예 흔적도 찾을 수 없더라고요. 너무 아쉽고 슬펐어요. 그래서 더 계속 그리고 쓰고 있자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저는 언제든 사람들이 아 귀찮이란 사람 뭐하지?” 하고 불현듯 생각났을 때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여전히 그리고 쓰고 있을 거예요.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A.  위의 답변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일단, 계속 하는 것이에요. 그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위의 답변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일단, 계속 하는 것이에요. 그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느끼고 있어요. 너무나 비교되기 쉽고 기죽기 쉬운 세상이니까. 계속 하려면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강박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계속 하는 게 목표예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너무 저를 소모하지 않고, 아프지 않고, 편안한상태로 꾸준히 그리면서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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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1. Image
    02-27

    너무 멋지신 귀찮작가님 짤도 감사해요~